경유·휘발유 수출 무기한 금지
작년엔 유럽 가스관 잠가…또 자원 무기화
인플레 반등하면 바이든 정부 부담 커
"내년 美 대선 영향 주려는 노림수"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러시아가 경유와 휘발유 해외 수출을 무기한 금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갔던 러시아가 또 다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21일(현지시간)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경유와 휘발유의 해외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구소련 4개국인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은 수출금지국에서 제외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일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시장과 석유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시행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종료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무기한' 시행인 셈이다.
파벨 소로킨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은 "우리는 시장이 충분히 빨리 효과를 느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수출 금지 조치 철회는) 시장이 얼마나 안정되는지 등 그 결과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 경유 공급국이자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석유 수출 금지 조치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은 가운데 나왔다. 세계 원유 시장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92달러 선에서 마감했다. 사우디아라바이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조치 연장으로 지난 6월 이후 원유 가격은 30%나 뛰었다. 시장에선 러시아의 이번 경유·휘발유 수출 금지 조치가 국제유가를 더욱 밀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경유는 화물, 운송, 항공 부문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세계 경제의 주력 연료다. 난방유도 경유에서 파생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타인 이사는 "러시아는 유럽과 미국에 고통을 주고 싶어한다"며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석유 시장에서 (지난해) 가스 시장에서 취했던 전략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에너지 시장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게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를 규탄하고 제재에 나서자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였다.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급등을 촉발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최근 겨우 진정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가를 자극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부담을 주고, 내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도록 해, 전쟁을 바로 끝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 캐피탈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전략 헤드는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국내 공급 부족 문제를 겪을 순 있지만 이번 금수 조치는 "석유 공급을 무기화하려는 크렘린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여전히 혼란을 일으키고 싶어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방의 의지를 깨뜨리길 원한다"며 "푸틴은 (이번 조치가) 내년 미국 대선에서 영향을 줄지 지켜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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