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미 동부시간) 발표된 미국의 경제 데이터들도 여전히 강했습니다. 어제 12월 소매판매(0.6% 급증)에 이은 것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3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은 어제부터 50%대에 묶였습니다. 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자 중·소형주와 '매그니피선트 7'(magnificent 7, M7)이라고 불리는 빅테크 주식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제 지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① 줄어드는 실업급여 청구
지난주(~13일) 한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직전 주보다 1만6000건 감소한 18만7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3주 연속 감소하면서 2022년 9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1969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입니다. 월가는 20만8000건을 예상했었습니다. 2주 이상 지속해서 실업급여를 신청한 계속 청구 건수도 전주보다 2만6000건 감소해 181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죠.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노동시장은 놀라운 힘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강력한 노동 수요는 이르면 3월 Fed가 금리를 내리리라는 시장 기대를 밀쳐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연휴가 이어지는 연말 연초에는 계절적 조정으로 인해 데이터에 소음이 많을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지난주 미국 중부의 추운 날씨가 주별 청구 건수 감소에 이바지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 미시간,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에서 초기 청구 건수가 불균형적으로 줄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그런 소음을 고려한다 해도 데이터는 강합니다.
② 살아나는 주택 경기
12월 주택착공 건수는 4.3% 감소한 연율 146만 건으로 4개월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월가는 11월에 10.8%나 늘어났던 것을 고려해 8.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주택건설의 선행지표인 12월 건축허가 건수는 1.9% 증가한 연간 150만 건으로 역시 월가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주택착공과 허가 건수는 전년 대비로는 각각 7.6%와 6.1% 증가해 2022년 상반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12월 중 주택 허가 건수가 증가하고 건설업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진 점을 보면 주택 건설이 향후 몇 달 동안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제조업 경기 더 나빠지진 않았다
많은 투자자가 오늘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1월 기업활동지수(Philly Fed General Business Activity Index)를 기다렸습니다. 지역 연은들이 발표하는 제조업 설문조사 결과의 하나인데요. 1월 들어 지난 화요일 처음으로 뉴욕 연은이 발표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29.2포인트 급락한 -43.7로 나왔었죠. 지역 조사는 변동성이 크긴 하지만 하락 폭이 놀랄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인근인 필라델피아 상황을 지켜보는 투자자가 많았죠.
필라델피아 연은의 1월 지수는 2.2포인트 상승한 -10.6을 기록했습니다. 예상치 -8.0보다 나빴고, 확장과 위축 국면을 가르는 0 밑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개선되긴 개선된 것이죠. 세부 지수중 신규 주문, 출하, 고용 지표도 모두 마이너스에 머물긴 했지만, 전월보다 올랐습니다.
어제 12월 소매판매에 이어 대부분의 경제 데이터가 예상을 웃돌면서 시장에서의 금리 인하 기대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지정학적 위험도 계속해서 Fed의 이른 금리 인하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홍해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과 파키스탄이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국경 분쟁으로 번질 위험이 커졌습니다. 물론 양국은 상대 영토를 공격했지만, 표적은 국경 인근의 테러리스트라면서 확전은 경계했습니다.
이란은 산유국이어서 확전되면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09% 오른 배럴당 74.0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미국의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네 번째 공격 등 지정학적 요인에 미국의 원유 재고가 지난주 249만 배럴 감소해 작년 10월 이후 최저로 떨어진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가가 급등할 경우 소비자 신뢰와 지출을 잠식하고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를 방해할 수 있다. 아직은 잠재적 위험으로만 머물고 있으며, 이러한 긴장에 따른 유가 상승이나 물류비 증가는 팬데믹 수준에 비하면 별 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Fed가 올 여름까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믿고 있는데, 이런 공급 측면 위험으로 인해 최소 오는 3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은 작아졌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지정학적 갈등, 워싱턴에서 진행 중인 예산 전쟁,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들면서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단호한 접근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것이다. 정책 정상화(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일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대한 예상치 못한 진전을 내 전망에 포함했고, 따라서 금리 정상화를 시작하는 시기를 애초 4분기에서 올해 3분기로 앞당겼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Fed가 3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55% 정도로 반영했습니다. 어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1주일 전에 70%를 웃돌던 데서 낮아진 것이죠.
전날 10bp 넘게 급등한 탓에 내림세를 보이던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오전 8시 30분 데이터가 나온 뒤 반등해 보합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10년물은 소폭 상승해 4.1%대를 지켰고요. 오후 4시 40분께 10년물은 전날보다 4bp 오른 4.144%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년물은 0.1bp 상승한 4.355%를 기록했습니다.
뉴욕 증시는 오늘은 거시경제 이슈와는 별개로 움직였습니다. 전날 오전만 해도 급락세를 보이던 M7 주식들은 TSMC와 애플로 인해 힘을 얻었습니다. 오후 들어 상원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연기하는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 보도가 나오자 상승 폭은 커졌습니다.(장 마감 뒤 하원에서도 임시 예산안은 통과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셧다운은 다시 3월 초까지 미뤄졌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35%나 급등했고 S&P500 지수는 0.88%, 다우는 0.54%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애플(+3.26%)이 개장 초부터 2% 이상 오르면서 선봉에 섰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이고 목표 주가는 208달러에서 225달러로 높인 데 따른 것입니다. 20% 이상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장착된 최신 기기에 대한 수요로 인해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가 더 강해질 가능성 ⑵ 애플이 확보된 고객층에서 서비스의 높은 수요로 인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왐시 애널리스트의 애플 주가에 대한 예측(투자등급 업그레이드, 다운그레이드)은 과거 매우 정확했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TSMC는 2024년 매출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도체 주 등 기술주 전반에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TSMC의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 19.3%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은 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이던스였습니다. TSMC는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어 올해 매출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가는 9.8% 급등해 거의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1.88%). AMD(+1.56%), 인텔(+1.48%), 램리서치(+4.35%) 등도 동반 폭등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오늘 3.4% 상승해 3주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갖춘 갤럭시 스마트폰을 공개한 것도 애플과 반도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요. UBS는 AI 스마트폰이 올해 약 1억 9000만 대가 판매되어 판매 첫해에 세계 시장의 1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차량 가격을 내렸다는 소식 속에 테슬라(-1.7%)만이 M7 주식 중에서 유일하게 하락했습니다.
반면 작년 말 랠리를 이끌었던 소형주는 뒤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오늘 0.55%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 한 달을 따지면 2.96% 내렸고 지난 5거래일 동안 1.66% 내렸습니다. 오늘 나스닥이 급등했지만 내린 주식이 오른 주식보다 1.5 대 1 수준으로 더 많았습니다. 소형주들이 많이 내린 것이죠. 찰스 슈왑의 조 메졸라 트레이딩 이사는 "빅테크가 오늘 큰 폭으로 올랐지만, 표면 아래에서 상승세에 약간의 균열이 보인다. 이는 시장이 새로운 최고점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주간 단위로 봐도 나스닥, S&P500 종목 모두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약 3 대 1 비율로 많습니다.
소형주 약세는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는 게 가장 큽니다. 금리 인하가 늦춰진다면 경기가 더 둔화할 수 있고, 소형주가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으니까요. 파이퍼 샌들러의 마이클 캔트로위츠 전략가는 "왜 올해 들어 소형주가 힘을 잃고 있는가. 그들의 작년 11~12월 시장 주도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희망의 부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은 높아졌는데,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자 소형주 이익이 올해 예상만큼 증가할지 투자자들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디스커버리 파이낸셜은 11% 폭락했습니다. 디스커버리는 주당 1.54달러의 이익을 보고했는데, 이는 컨센서스를 약 38% 밑돌았습니다. 신용카드 미결제로 인한 상각률이 1년 전 약 2.1%에서 약 4.1%로 급등한 탓입니다. 충당금도 10억 달러에서 19억 달러로 늘렸습니다. 디스커버리는 신용카드 고객층이 저소득층 중심입니다.
헬스케어 주식은 급락했습니다. 건강보험 회사인 휴마나(-8%)가 지난 4분기 가입자들의 의료 수요가 크게 늘면서 손해율(의료에 지출된 보험료의 비율)이 이전 예측인 89.5%보다 1.9%포인트나 높은 91.4%에 달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휴마나는 올해 실적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나이티드헬스(-1.64%), CVS (-4.04%) 등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다우 지수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것은 유나이티드헬스 하락 탓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금리가 인하될 것이고 소형주가 더 유리할 것으로 보는 월가 금융사도 많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올해 소형주가 50%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Fed 인사들이 부인하는데도 왜 월가에서는 계속 3월 인하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요?
골드만삭스는 지난 화요일 크리스토퍼 월러 이상의 "신중하게 내리겠다"라는 멘트가 나온 뒤에도 3월 인하 예상을 유지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둔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은 "12월 소비자물가(CPI) 및 생산자물가(PPI)를 근거로 추정하면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월보다 0.17% 오른 것으로 추정한다. 이 수치가 맞다면 Fed 멤버들이 강조해온 6개월 연율 수치는 1.9%가 된다.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근원 PCE 물가는 2월까지 2.6%, 5~6월에는 2.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주 첫 번째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애초 6월에서 3월로 앞당겼습니다. 그리고 회의 때마다 25bp씩 낮출 것으로 봅니다. 바클레이스는 "근원 PCE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 2.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그 근거를 밝혔습니다. 바클레이스는 "금리 인하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명목 금리의 재조정이며, FOMC는 경제나 노동시장의 실질적 약화를 볼 필요 없이 금리를 보다 편안하게 인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이렇게 3월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면 소형주가 다시 반등의 선봉에 설 수 있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최근 투자자 538명이 참여한 가운데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올해 가장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유형/투자는 무엇입니까
-미국 대형주: 51%
-미국 소형주: 22%
-금: 7%
-MSCI 신흥시장: 5%
-미국 10년 만기 국채: 4%
-현금 : 3%
-미국 고수익 회사채: 3%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여전히 미국 대형주/소형주가 총 73%의 득표를 차지했다. 우리는 군중의 지혜에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합의된 거래가 아닌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024년에 어떤 미국 대형주 부문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술: 48%
-헬스케어: 15%
-에너지: 8%
-금융: 8%
-유틸리티: 4%
데이터트랙 측은 "기술주가 올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그룹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 부문의 압도적 인기로 인해 이익 등에서 기대치를 달성할 기준이 높아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2024년에 어떤 미국 거대 기술주가 최고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엔비디아: 28%
-마이크로소프트: 25%
-알파벳(구글): 20%
-아마존: 15%
-메타(페이스북): 6%
-테슬라: 4%
-애플 : 3%
데이터트랙 측은 "생성 AI로 인해 응답자들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가장 낙관적이었다. 메타, 테슬라, 애플은 AI 관련 스토리를 투자자들에게 더 잘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4년 S&P 500이 총수익률 기준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5~20% 상승: 9%
-10~15% 상승: 31%
-5~10% 상승: 38%
-위/아래 5%: 12%
-5~10% 하락: 4%
-10~15% 하락: 3%
▶기준금리가 올해 어디에서 끝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현재 5.25 – 5.50%)?
-현재 수준과 동일: 5%
-현재 수준보다 25~50bp 낮음: 33%
-현재 수준보다 75~100bp 낮음: 45%
-현재 수준보다 100~150bp 낮음: 12%
-현재 수준보다 150bp 이상 낮음: 4%
데이터트랙 측은 "대부분(84%)의 응답자는 FOMC가 2024년에 금리를 100bp 이상 인하할 것이라고 믿지 않으며, 이는 설문조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올해 어떻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현재 4.1%)?
-4.5~5.0%: 6%
-4.0~4.5%: 20%
-3.5~4.0%: 46%
-3.0~3.5%: 25%
-3.5% 미만: 2%
테이터트랙 측은 "응답자의 거의 4분의 3(73%)은 2024년 말 10년물 수익률이 현재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 ETF에 투자할 계획입니까?
-예: 17%
-어쩌면: 28%
-거래소 통한 투자 선호: 11%
-비트코인 관심 없다: 44%
데이터트랙 측은 "응답자 17%만이 비트코인 ETF 투자 의사가 있다는 점은 지난 주 ETF가 출시된 뒤 기초자산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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