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월요일>
지난주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중요한 경제 데이터 발표나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어닝시즌에 주목했고 예상보다 좋은 실적은 S&P500 지수가 5000을 넘어 연일 신기록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팰런티어, ARM, 슈퍼마이크로 등이 기대를 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의 폭등세가 이어졌습니다.
12일(미 동부시간)도 아침에는 그런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엔비디아(0.16%)가 아침 한때 3.3% 올랐고, ARM(+29.3%)은 40% 넘게 뛰었습니다. 오후 들어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요.
하지만 내일부터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경제 데이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내일 아침 1월 소비자물가(CPI)에 이어 15일 소매판매, 16일 생산자물가(PPI)가 줄줄이 발표됩니다.
특히 CPI가 중요합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다른 데이터보다 '좋은'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지속해서 나와야 금리 인하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얻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지난주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와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하락이 지속하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주택 및 기타 서비스 부문으로 더 의미 있게 확대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골고루 광범위한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그동안 디스인플레이션은 에너지와 중고차 의류 등 상품 분야에 집중됐었죠.
월가는 1월 헤드라인 CPI가 연 2.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12월 3.4%보다 눈에 띄게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상승해 12월 3.9% 상승보다 둔화할 것으로 보고요. 한 달 전에 비해선 전월과 같은 0.3% 오를 것으로 예측합니다.
웰스파고는 "휘발유 가격 하락과 식료품 상승세 둔화는 헤드라인 상승을 억제할 것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더 천천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중고차 가격 하락으로 인해 근원 상품 디플레이션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월간 상승률 0.2%가 이어진다면 올해 말 헤드라인 CPI는 2.4%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ING는 "우리 추정은 근원 CPI가 컨센서스와 같이 전달보다 0.3% 상승할 것으로 보지만 위험은 0.4% 상승보다는 0.2% 상승 쪽으로 더 치우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관측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뉴욕 연은의 1월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1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3.0%(정확히는 3.01%→3.00%)로 유지됐지만 3년 기대는 2.6%에서 2.4%로 하락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나 보던 최저 수준입니다. 소비자의 휘발유 예상가격 변동 폭은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고, 식품과 렌트(임대료)에 대한 기대는 각각 2020년 3월과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또 클리블랜드 연은의 1분기 CEO 설문조사에서는 12개월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3.4%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1분기 6%, 2분기 5%, 3분기 4.3%, 4분기 4.2% 등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플레이션 둔화 예상은 아침 증시에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CPI 등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계속 둔화하고 미국인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Fed는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것입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인플레이션 데이터와 인플레이션 기대 모두 Fed가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을 조정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굳어지면서 이코노미스트들도 지금 금리가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전미기업경제학회(NABE)가 1월 23~30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21%가 기준금리가 "너무 제약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0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Fed가 금리를 내리면 금융시장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두 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①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하락입니다. 제너스 헨더슨은 "1969년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조사했더니 항상 최종 금리 인상 시점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1969~81년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유지됐던 1984~2018년으로 기간을 나눠 조사해봐도 그랬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시기에는 마지막 인상 이후 1년가량은 (지금처럼 인하에 대한 논쟁 속에) 수익률이 올라가기도 하는 등 횡보했지만 12개월이 지나자 확연히 하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기간은 마지막 인상 이후 지속해서 떨어졌고요. 제너스 헨더슨은 "마지막 인상 이후 18개월 뒤에는 어떤 경로이든 간에 관계없이 수익률은 상당히 떨어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제너스 헨더슨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1974~75년)에서도 10년물 수익률은 마지막 인상 때 수준보다 70bp 아래로 하락했다. 이번에 그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10년물 수익률은 3.2%(마지막 인상이 있었던 2023년 7월 26일의 3.9%보다 70bp 낮은 수치)로 낮아질 것이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1984~2018년의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수익률은 향후 18개월 동안 150~200bp 하락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다시 재가속한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요. 블랙록은 "우리는 여전히 빡빡한 노동 시장에서 계속되는 임금 인상 압박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올해 이후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이는 Fed가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견고한 성장, 인플레이션 둔화,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인해 긍정적인 위험 선호 심리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지만 결국은 인플레이션 부활이 뚜렷해지면서 투자 심리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② 소형주의 상승입니다. Fed가 금리를 내린다면 경기가 개선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UBS 자산운용은 "올해 초부터 S&P500 지수가 5% 상승했지만 러셀2000은 1% 하락했다. 올해도 소형주 실적이 저조한 해가 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소형주에 이익이 될 촉매제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올해가 지날수록 이익 성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2023년 소형주 지수의 EPS가 13% 감소한 후, 올해는 14% 성장할 것이란 게 컨센서스다. 소형주는 대형주보다 더 빠른 이익 성장을 보일 것이다. 최근 은행 대출 기준이 개선되면서 우리는 이런 관점에 대해 더 많은 확신하게 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P500 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셀2000 지수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보다 18% 낮은 수준에 있다. 과거 소형주의 밸류에이션이 이런 수준에 머물렀을 때 소형주가 초과수익률을 거두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우리는 향후 소형주에 대한 긍정적 순풍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 있다. 지금의 싼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때 소형주는 향후 수년간 시장 리더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는 소형주 수익률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러셀2000은 지난 10번의 대선 연도에 8번 동안 S&P500을 능가했다. 11월 대선 이후 소형주는 대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초과수익률을 보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좋은 CPI가 나올 것이고, 올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오늘 아침 시장에 반영되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출발한 뒤 AI, 그리고 CPI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오후 1시 20분께가 되자 상승 폭을 줄이더니 오후 3시께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09% 내렸고 나스닥은 0.30% 떨어졌습니다. 다우만이 0.33%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매그니피선트 7(Mag 7) 주식은 대부분 약세를 보였습니다. 아마존은 제프 베이조스 설립자가 최근 1199만 주(20억 4000만 달러)를 매각한 데 이어 향후 12개월 동안 최대 5000만 주(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84억 달러)를 매각하겠다고 신고한 게 보도되면서 1% 내렸습니다. 엔비디아는 한때 3% 넘게 오르면서 아마존까지 추월해 시총 4위에 등극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상승 동력을 잃었고 결국 0.16% 오른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도 초반 급등한 뒤 0.2%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모델 Y 가격을 추가 인하한 테슬라는 2.8% 떨어졌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리비안에 대한 보고서에서 "굉장한 기술과 제품도 전기차(EV) 겨울을 피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약한 수요는 판매량 전망 악화뿐 아니라 잠재적인 가격결정력에도 위험을 드리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모든 투자자가 똑같은 메가캡에 투자하고 있고 올인하고 있다. 이런 폭등한 기술주에서 벗어나라"라고 조언했습니다.
메가캡과 달리 중소형주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러셀 2000지수는 1.75%나 급등했습니다.
금리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오후 4시 15분께 10년물 수익률은 1.5bp 내린 4.172%, 2년물은 1.8bp 하락한 4.47%에 거래됐습니다. Fed의 미셸 보우먼 이사가 "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릴지 예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가까운 미래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적절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별 영향은 없었습니다.
뉴욕 증시의 오후 장 하락엔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찰스 슈왑의 네이선 페터슨 파생상품 이사는 "오후의 약세는 기록적 상승에 따른 일부 차익실현 때문일 수 있다. 강세 모멘텀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기술적으로 과매수 상태다. 특히 AI와 반도체 분야에서 그렇다. 향후 2주 동안 평균회귀를 예상하는 차익실현이 발생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월가 일부에서는 "잠시 쉬어가야 할 때"라는 관측이 많이 나옵니다. S&P500 지수가 지난주까지 15주 중 14주나 오를 정도로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지쳤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죠. 과거 S&P500 지수가 이렇게 15주 중 14주 올랐던 때는 1972년이 마지막입니다. 1971년 말부터 1972년 3월 초까지 이렇게 급등했지요. 그런 뒤 S&P500 지수는 다음 7개월 동안 횡보세를 보였습니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2, 3월 계절성도 좋지 않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주말에 낸 보고서에서 1950년부터 따져보면 2월13일부터 3월12일까지 계절적 약세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S&P500 지수가 오늘 5050까지 오른 뒤에 3월 중순까지 4969까지 후퇴하리라 전망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실제 오늘 한때 5048까지 올랐습니다. 그런 뒤 힘을 잃었죠. 톰리가 예상한 그대로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 달간 증시는 조정을 겪을까요?
CFRA에 따르면 과거 S&P500 지수가 1000, 2000, 3000, 4000 등 주요한 이정표를 넘었을 때 단기적으로 소화 기간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그 기간은 상당히 짧았습니다. S&P500지수가 100, 500, 1,000, 2,000, 3,000, 4,000선을 넘은 후 3개월 누적 수익률을 살펴보면 평균 4.7%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에 따르면 S&P500은 현재 12개월 선행 이익 추정치의 약 20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5년 동안 두 번(닷컴 버블, 팬데믹 이후 강세장)만 있었던 일입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투자자들이 통화/재정 정책, 미국/글로벌 은행 시스템, 강력한 기업 이익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해 높은 신뢰를 할 때 밸류에이션이 이런 수준에 도달한다. 투자자들은 미래가 매우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들의 마음을 바꾸려면 외부적 충격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투자자들은 현 장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제러미 시걸 워튼스쿨 교수는 위즈덤트리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시장 내에 AI 주에 대한 과잉 투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을 수 있다. 지금 수준에서 거품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열광적 흥분이 있고 많은 추종자가 올라탔다. 이는 큰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될 수 있지만, 충분히 오래 지속하면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AI 붐을 2000년 닷컴 버블에 비유한다. 나는 2000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많은 기술주에 대한 투자를 '멍청한 투기'라고 지적했다. 지금이 당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0년 3월, S&P 500지수는 주당순이익(EPS)의 30배 이상 거래되었고, 이익이 없는 대형 기술주는 그 두 배 이상에서 팔렸다. 지금 시장 전체는 훨씬 더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되어 있으며(P/E 20배가 조금 넘음), 소형주와 가치주 일부는 12~13배에 거래되고 있다.
몇 주 후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월 S&P500 지수가 666에서 바닥을 친지 15주년이 된다. 지난주 금요일 지수는 5000에 올랐는데 15년 동안 7.5배 오른 것이다. 당시 투자했다면 연평균 수익률 16.6%, 인플레이션 적용 후 연 14% 수익률을 거뒀을 것이다. 놀라운 15년이었고 투자자들은 이게 계속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직 거품 속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급등한 메가테크 투자보다는) 시장 폭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혁명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거대기술주에만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기업이 AI 기술을 사용하고 혜택을 받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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