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수요일>
이번 주 조용한 뉴욕 증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⑴ 별다른 주가 촉매가 없다…다음주까지는
이번 주 중요한 데이터 발표가 없고 빅테크 들의 어닝 발표도 지나갔습니다. S&P500 지수는 8일(미 동부시간) 사상 최고치(5534)에서 1%가량 낮은 5180 부근에서 종일 맴돌았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S&P500 지수는 약간의 견고한 저항 지역인 5200에 도달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그다음 일련의 촉매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주 수요일 4월 소비자물가(CPI)가 그것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씨티그룹은 "최근 반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 부족은 시장이 완벽하게 강세 전환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매도 청산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순매수 포지션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추가로 강세 포지션을 더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정리했습니다.
⑵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다
1분기 어닝시즌은 랠리를 뒷받침해왔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대비 약 5.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지난 3월 말 예상했던 3.4% 증가보다 나은 것으로 거의 2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입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주가가 이미 높다는 것입니다. 주식은 향후 12개월 이익추정치를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 20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죠. 시장 폭의 관점에서도 S&P500 주식의 약 53%가 50일 이동 평균선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74%는 200일 선 이상에 머물고 있습니다. 둘 다 4월 중순 최저치인 각각 25%와 64% 이후 크게 상승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4월 조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다양한 지표에서 여전히 상당히 비싸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내놓은 기업도 발표 직후 주가가 약세를 보입니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어닝을 발표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25개를 따져보면 단 2개만 EPS 추정치를 밑돌 정도로 좋았지만, 이들의 주가는 발표 직후 하루 동안 평균 0.44% 하락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 아마존 등은 거래가 시작할 때는 올랐지만 종가는 하락 마감했다. 시초가부터 따지면 평균 0.94% 내렸다. 투자자들의 높은 실적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비스포크는 "이러한 요소들은 투자자들이 최근 반등 이후 한발 물러나 상황을 재평가할 수 있는 완벽한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종일 보합권을 맴돌았습니다. 결국, 다우는 0.44% 올랐지만, S&P500 지수는 0% 보합세를 나타냈고, 나스닥은 0.18% 하락했습니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기보다는 개별 종목 중심의 장세가 펼쳐졌습니다.
미 연방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일부 수출 허가를 취소한 탓에 인텔은 2.22% 급락했습니다. 인텔은 정부 조치로 2분기 매출이 기존 가이던스(실적 전망치) 125억~135억 달러의 중앙값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텔은 지난달 25일 실적 발표 때 매출 가이던스를 한 차례 낮췄는데, 2주 만에 또 하향 조정한 것이죠. 화웨이는 인텔의 10대 고객사 중 하나입니다.
테슬라는 1.74% 급락했습니다. 미국 검찰이 자율주행 시스템 '오토파일럿'과 관련해 회사 측이 소비자나 투자자를 속였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한 탓입니다. 로이터는 검찰은 2022년 10월 조사에 착수했고 이제 구체적인 형사 책임을 지우기 위해 혐의를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전했습니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로보택시 시험 운행을 제안했고, 중국 당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보도가 나온 덕분에 하락 폭이 크진 않았습니다.
우버는 예상보다 많은 순손실과 예상보다 낮은 예약 건수를 공개한 뒤 주가는 5.72% 하락했습니다. 월가는 주당 0.22달러 이익을 예상했지만, 실제 0.32달러 손실을 보고했죠. 지분 투자와 관련된 미실현 손실(7억 2100만 달러) 때문이긴 하지만요. 총 예약 건수는 20% 증가했습니다. 이는 예약 건수가 23% 증가한 리프트와 비교됐습니다. 리프트는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보고한 뒤 7.11% 급등했습니다. 우버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고, 리프트에 대해선 낮아서 그랬을 수 있습니다.
애플은 0.19% 올랐습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 자료를 인용해 3월 중국 내 해외 브랜드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 증가한 375만대로 집계됐다고 보도했지요. 해외 브랜드 스마트폰은 대부분 아이폰입니다, 딥워터 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1월 가격 인하와 2월 말 재판매(재판매 업자)에 대한 추가 할인으로 인해 분기 후반에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콘퍼런스콜에서 팀 쿡 CEO가 '중국 본토 내 아이폰 판매가 보고된 대로 성장했다’라고 언급했던 것이 이해가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연간 가이던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6%가량 하락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에 끝나는 2025년 회계연도 연간 매출이 38억 달러∼41억 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중간값(39억5000만 달러)이 월가 기대(39억9000만 달러)보다 살짝 낮은 것이죠. 이것도 그동안 주가 상승 폭이 컸고,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오후 4시 5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7bp 오른 4.498%, 2년물은 1.1bp 상승한 4.839%에 거래됐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2분기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3.3%에서 4.2%로 크게 높였습니다. 오늘 발표된 3월 도매 재고 등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3월 도매 재고는 전월보다 0.4% 감소한 8947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추정에는 부합했지만, 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낮아진 1분기 재고는 2분기에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최근 상품 수입 증가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도매 재고의 회복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5%로 낮추고 대신 2분기 전망치를 3.3%에서 3.4%로 높였습니다.
10년물 국채 경매 결과가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습니다. 미 재무부는 420억 달러어치를 경매에 부쳤는데, 발행 금리가 4.483%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473%보다 1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응찰률은 2.486배로 지난 6회 평균 2.49배보다 살짝 낮았습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번 주 지난 이틀 동안 코카콜라, CVS 등 28개사가 회사채 발행을 통해 34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인해 국채 수요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죠.
유가는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78% 오른 배럴당 78.9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5월 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에너지정보청 지난주 데이터에서 미국의 원유 재고가 136만 배럴 감소한 게 영향을 줬습니다. 모건스탠리는 OPEC+가 연말까지 감산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라파 공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무기 지원을 일시 중단하면서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Fed의 멤버들은 거의 비슷한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의 놀라운 상승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움직일 것이라는 더 큰 확신을 가질 때까지 현재 수준에서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4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커진 긍정적 분위기가 흔들리거나 바뀐 것은 아닙니다.
도이치뱅크는 시장에 대해 긍정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5가지를 제시했습니다. ① 글로벌 수준에서 경제 데이터 발표는 전반적으로 점점 더 긍정적으로 보인다 ②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과 최근 미국 데이터를 보면 적어도 현재로서는 Fed의 단기 금리 인상 위험은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③ 유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④세계 경제는 지금까지의 각국의 금리 인상에도 놀라울 만큼 회복력을 보여줬다 ⑤ 일부 데이터는 좀 더 부정적인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이번 경기 사이클에선 이미 데이터 악화에도 경기 침체가 나타나지 않은 그런 기간이 상당히 있었다 등입니다.
조심스러운 시각도 여전히 있습니다. 핵심은 지금은 경기가 둔화하는 사이클 후기라는 것이죠. '비관론자'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경기 사이클 후기 환경에서 시장은 연착륙과 무착륙(no landing) 사이를 오가고 있다. 예측할 수 없고 혼조세를 보이는 거시 데이터는 계속 그런 혼란을 촉진할 것이다. 지난주만 해도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높게 나타났지만,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나 4월 고용은 약하게 나왔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위축 국면으로 하락했다. 이는 신중한 투자 접근 방식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무착륙 시나리오에서는 경기 순환주가 유리하고, 연착륙에서는 고품질 성장주가 유리하다. 성장이 더 둔화하는 경우를 대비해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등 경기 방어주를 약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국채 10년물 금리의 최근 6개월 변동 폭을 보면 현재 주가의 밸류에이션에는 10% 역풍이 있다. 가까운 시일에 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이런 역풍은 6월 말까지 이어질 것이다.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P/E는 19배 수준에서 지지를 찾을 것이다. 이는 S&P500 지수 4800선을 의미하고 200일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유틸리티 업종은 1.05% 올라서 S&P500 11개 업종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6거래일 동안 12%나 올랐습니다. 전기, 물, 가스 등을 공급하고 투자자들에게는 꾸준한 배당을 제공하는 이들 주식은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입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이를 시장 리더십이 바뀌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유틸리티 업종은 S&P500 지수를 능가하는 성과를 보이며, 이는 방어적 시장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 순환주가 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이끌었던 연초와는 다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찰스 슈왑은 "유틸리티 강세는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것일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국채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유틸리티 주식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음주 15일 수요일 아침에 소비자물가가 발표되죠. 특히 월가 관심은 CPI에 쏠리는데요. 1~3월 석 달 연속 예상을 웃돌았지만, 이번에는 CPI 발표가 랠리를 촉발할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이 있죠. 시장은 헤드라인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4% 오르고 근원 CPI는 각각 0.3%, 3.6% 상승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3월(헤드라인 0.4% 3.5%/근원 0.4%, 3.8%)보다 둔화하는 것이죠.
웰스파고는 "4월부터 시작되는 2분기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연초 물가 강세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지속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우리는 Fed가 노동 시장 상황의 급속한 악화가 없다면 금리를 낮추기 전에 적어도 3번, 심지어 4번까지 양호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늦은 여름(9월) 금리 인하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가오는 4월 CPI 보고서부터 근원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는 헤드라인 0.38%, 3.4%와 근원 0.29%, 3.6%를 예상합니다. 그러면서도 "헤드라인 CPI는 3개월 연속 0.4% 오르겠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은 0.3% 상승으로 둔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1월 이후 연속 0.4% 상승세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12개월 수치도 3년 내 최저치인 3.6%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웰스파고는 "상품 부문의 지속적 디플레이션은 4월 근원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서비스 부문이 둔화를 이끄는 더 큰 동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조금 더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주택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의 하락 폭도 더 커질 것(3월 0.6%->4월 0.4%)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리하면 4월에 예상대로 근원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다시 나타난다면 9월 인하에 대한 희망이 살아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웰스파고는 "1분기 연속된 뜨거운 인플레이션 수치로 인해 Fed가 늦은 여름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경로가 좁게 남아있는 가운데 4월 CPI는 인플레이션이 1분기 속도만큼 경직되지는 않지만 2%로 돌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느리다는 점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UBS는 4월 CPI와 함께 5월 CPI를 주시할 것을 강조합니다. UBS는 "오는 15일 발표될 4월 CPI 데이터에서 특히 주거비 및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에서 하방 충격이 있으면 '골디락스' 희망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날 좋은 소식조차도 골디락스 예고편에 불과하다. 골디락스 영화의 출시일은 6월 12일이라고 생각하라. 그날 오전에 5월 CPI 데이터가 오전에 발표되고 오후에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회의 결과를 내놓는다.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허용한다면 Fed의 금리 인하가 일어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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