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던 뉴욕 증시가 숨고르기를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어제 0.2% 안팎 떨어진 주요 지수는 17일(미 동부시간)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펀드스트랫의 마크 뉴튼 기술적 분석가는 "미국 증시가 이번 주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6월 옵션 만기까지는 상승을 낙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조정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는 다음주 수요일이죠. 오는 22일 발표될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증시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그때까지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공포 지수'인 변동성지수(VIX)는 2019년 11월 이후 최저인 12 아래(11.99)로 떨어졌습니다. 헤지 수요가 줄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시장의 긍정적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S&P500 지수 연말 목표치를 5100에서 5500으로 높였습니다. BMO가 5600으로 제시한 데 이은 것입니다. 도이치뱅크는 여섯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① 거시경제에 대한 예상이 나아질 것=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관측은 대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개 분기 동안 실제 성장률보다 낮았다. 상품 분야의 줄어든 재고가 확충되면서 경기가 개선될 수 있다.
② 실적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다=강력한 1분기 어닝시즌이 끝나가면서 월가는 이익 추정치를 높이고 있다. 우리는 올해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250달러에서 258달러로 높인다. 이는 작년보다 이익이 13%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거시경제가 여전히 활기를 유지한다면 이는 271달러(+19%)까지 높아질 수 있다.
③ 멀티플도 높아질 수 있다=우리의 이익 성장 전망치가 올해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연말로 가면 갈수록 시장은 회복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멀티플 확대를 뒷받침한다.
④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조정이 있을 것=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날카롭지만, 단기적 조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경제와 이익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⑤ 미국 대선이 끝나면=치열한 경합이 이뤄지는 대선에서는 막판에 주가 하락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결과가 깨끗하게 나오면 어떤 당이 집권했는지와 관계없이 강한 랠리가 뒤따른다. 결과가 모호할 경우는 큰 위험이다.
⑥ 생산성 붐은 성장을 더 높일 수 있다=과거 생산성 붐의 필요조건은 빡빡한 노동시장이었다. 우리는 빡빡한 노동시장을 겪었고 생산성은 벌써 연 3%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업종별로는 거대성장주와 기술주에는 중립적이며 금융주와 소비 관련 경기순환주, 소재주에 대해 비중확대를 제시한다. 경기방어 업종에서는 유틸리티 비중확대, 부동산 중립, 나머지는 비중 축소를 권한다. 지역적으로는 유럽에 대해 전술적 비중확대, 일본에 대해서는 엔화 절하와 관련해 위험보상을 좋아하지 않으며, 신흥시장에도 중립이다. 특히 중국 중심으로 기업 실적 추정치가 감소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분위기가 좋다 보니 시장이 향후 상승할까, 하락할까가 아니라 얼마나 오를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조던 잭슨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주가는 더 오를 것이다. 5~10% 추가 상승할 수 있다. Fed와 기업 실적, 소비자 등 세 곳에서 시장 지원(Put)이 이뤄지고 있다. Fed는 올해 어느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기업 실적은 1분기에 확인했듯이 계속 강세를 보인다. 소비는 살짝 둔화하고는 있지만 잘 버티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의 스테파니 링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렇게 많이 오르기는 어렵다. 이미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1% 올랐다. 장기적으로 S&P500 지수의 연간 수익률은 7.7% 정도다. 잘 버티고 있는 어닝 때문에 시장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지만 10% 이상 오른다면 나는 놀랄 것이다. 기업 실적이 월가가 기대하는 대로 계속 잘 나오려면 경기가 좋아져야 한다. 그런데 경기는 둔화하고 있고 Fed는 언제 금리를 내릴지 불투명하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자금 흐름도 좋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 119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월가의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는데요.
에버코어 ISI가 지난 10~16일까지 114명의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조사한 것을 보면 증시에서 향후 10% 움직임이 '상승'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51%에 달해 3월의 44%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또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다음 25bp 움직임에 대한 예상은 '하락' 쪽으로 크게 기울어졌습니다. 응답자 중에 28%만이 상승 쪽이 될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에버코어 ISI가 2021년 설문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낮은 것입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내년 중국 성장에 대한 투자 심리는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응답자 49%는 향후 12개월간 중국의 성장이 개선될 것으로 봤고요. 20%는 중립적으로, 32%는 악화를 점쳤습니다. 이를 지수로 계산하면 58.7인데요. 이는 지난달 37.9보다 큰 폭으로 올라간 것입니다.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67%)이 Fed가 올해 25~50bp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인하가 없을 것이란 응답은 18%, 금리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는 1%에 그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의 금리 인상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은 투자자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조사는 4월 고용이 예상보다 둔화한 것으로 발표된 이후이긴 하지만 4월 CPI는 나오기 전에 실시됐습니다.
또 중국 주식에 대해 좀 더 낙관적으로 답했는데요. 응답자들은 S&P500 지수를 제외하고는 MSCI 중국 지수가 5월 주요 주가지수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월가는 중국에서 비중을 계속 줄이기만 했습니다. 투자대상이 아니다(uninvestible)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치유가 쉽지 않은 부동산 문제가 크고,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패권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1분기 들어 투자자들은 다시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워낙 많이 하락해 가격적 매력이 커진 데다, 계속되는 중국 정부의 부양책 덕분에 경기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난 덕분입니다. 그래서 중국 증시는 2월 초부터 반등을 시작해 20% 안팎 회복했습니다.
이는 헤지펀드 등이 신고한 1분기 13F에서 잘 드러납니다. 헤지비전에 따르면 유명 투자자 데이비드 테퍼의 아팔루사는 포트폴리오의 25%를 중국 주식으로 채웠습니다. 알리바바로 전체의 12.05%를 채웠고 핀두어두어 3.61%, 바이두 2.81%를 보유했습니다. 대부분 보유 지분을 1분기 중 두 배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또 중국 대형주 ETF(FXI) 중국 인터넷주 ETF(KWEB) JD닷컴 등에 새로운 포지션을 취했고 대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우버와 AMD 엔비디아 등의 비중을 줄였습니다.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한 투자자도 많았습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엔비디아 44만 주, 즉 보유 주식의 71%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스티브 코헨의 포인트72는 엔비디아를 30만 주 매각해서 비중을 절반 이하로 줄였습니다. 아팔루사도 엔비디아를 34만8000주 팔았죠. DE쇼도 엔비디아를 142만 주 매각했습니다. DE쇼의 경우 주식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와 메타, 아마존 풋옵션을 샀다가 청산했습니다. 또 QQQ풋옵션을 추가했죠.
전반적으로 엔비디아 등 많이 오른 AI 빅테크 주식 일부를 차익실현하고 중국 기술주들을 매수한 것이죠.
중국 시장은 계속 회복될까요?
중국 ETF를 대거 운용하는 크레인 셰어스(KraneShares)는 중국 시장의 랠리가 다섯 가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합니다.
① 정부가 주식을 사고 있다=대표적 예가 국부펀드에 속한 Central Huijin Investments다. 이 펀드는 2월 2일 중국 본토 상장 ETF 매입을 발표했으며 4월에는 본토 은행 주식 보유를 늘렸다.
② 글로벌 투자자가 돌아오고 있다=자금 흐름을 보면 유럽, 미국 투자자들이 역외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도와 일본에 대해 비중확대를 해온 많은 투자자는 인도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일본의 통화 약세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저평가된 중국 시장은 이들이 자금을 옮기는 수혜자가 될 수 있다.
③ 새로운 정책은 주주를 지원한다=국무원은 4월 중국 자본 시장 개선을 위한 '9가지 핵심 사항'을 발표했다. 핵심은 배당 증대,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를 대우하는 것이다.
④ 소비자는 살아있고 경제는 좋아지고 있다=2024년 1분기 GDP가 5.3% 증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가전 등 구매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⑤ 자사주 매입도 급증하고 있다=인터넷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엔비디아가 높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능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분기 매출은 2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3개 분기 연속으로 세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었죠.
다만 주가가 지난 1년간 192%, 올해 들어 92%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대단한 실적도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매출이 최근 분기 추세에 따라 19억 달러 이상 예상보다 더 많이 나와도 주가가 크게 변동하지 않거나 약간 오를 것(flat to up)"이라고 썼습니다. 씨티그룹은 "이전 몇몇 분기에 비해 더 큰 숫자를 내놓겠지만 더 작은 비트(beats : 기대를 상회하는 것)를 기대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엄청난 숫자를 내놓아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죠. 키뱅크는 "2025년에는 데이터 센터 매출이 2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는 2023년에 비해 321%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빅테크 들도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매출이 1000억 달러를 넘는데 서너 배씩 늘어난다고요? 테슬라의 기록은 2013년 387% 증가한 것인데, 당시 매출은 20억 달러를 조금 넘었습니다. 아마존의 기록은 1998년 313% 증가한 것인데 당시 매출은 6억 1000만 달러였습니다.
엔비디아 말고도 월요일(20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익스플로러 등 AI 기능을 강화한 윈도 11 업데이트를 공개하고요. 그리고 21~23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회의인 '빌드'(Build)가 열립니다. 코파일럿 관련 기능 등을 소개할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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