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수요일 5월 소비자물가(CPI) 발표 및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이틀 앞두고 10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조용한 관망세를 보였습니다. 하루에 CPI와 FOMC 결과가 몰려나오는 건 2020년 6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옵션시장에서는 수요일 S&P500 지수가 어느 방향으로든 1.25% 움직일 것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웠던 건 유럽과 애플입니다. 유럽에선 극우파가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했고,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했습니다. 이는 유럽 증시 하락, 유로화 하락, 유럽 국채 금리 상승을 불렀습니다. 지난주 급등했던 미국 금리도 동반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개막과 함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AI 관련 발표는 투자자들의 높아진 기대를 채워주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뉴욕 증시엔 엔비디아가 있었습니다. 주식 분할 뒤 처음 거래된 엔비디아는 오늘도 상승세를 보이며 다시 시가총액 2위에 등극했습니다.
지난주 한경글로벌마켓뉴욕콘퍼런스2024에서는 에릭 로즌그렌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가 강연했는데요. 그는 Fed의 금리 인하 기준으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전년 대비 2.5%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지난 4월이 2.8%였는데요. 월간 0.1% 상승세가 몇 달간 이어져야 2.5%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로즌그렌 전 총재는 그래서 올해 1회, 많아야 2회 인하를 예상했는데요. Fed가 오는 9월에 인하하게 된다면 이는 노동시장의 급속한 냉각에 따른 것으로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수요일 아침 CPI가 예상보다 크게 높은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새 점도표는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중간값을 보여줄 것으로 관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에버코어는 'CPI에서 큰 놀라움이 없는 한' ① FOMC는 통화 정책이 제약적이며 좋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고, 여전히 탄탄한 경제 활동과 강한 고용을 감안할 때 금리를 인하할 긴급성도 없음을 시사할 것 ② 점도표는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좁은 기준선을 보여줄 것 ③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할 경우 금리를 현재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랫동안 유지해야 함을 분명히 할 것 ④ 노동시장에서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면 신속히 금리를 내릴 것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JP모건의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도 '5월 CPI가 예상대로 나온다'라는 가정하에 Fed가 점도표에서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2차례 인하로 바꿔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중립 금리는 2.75%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고 그러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비둘기파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BS도 "수요일 오전 5월 CPI 데이터와 오후 FOMC 회의에서 두 가지 모두에 부정적 놀라움이 없다면 미국 경제는 연착륙 궤도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지난주 5월 고용 강세 때문에 7월 인하는 배제됐다. 하지만 우리는 FOMC가 인내심 있는 접근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파월 의장의 메시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금리 인하는 지연되지만, 추가 인상은 불가하다. 우리는 Fed가 여전히 9월부터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5월 CPI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가 각각 전월 대비 0.1%, 0.3% 상승하는 것입니다. 4월에는 각각 0.3%씩 올랐었죠. 전년 대비로는 3.4%, 3.5%로 예상됩니다. 4월에는 각각 3.4%, 3.6%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월가는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길 기대합니다. 유가도 낮아졌고, 중고차와 신차 가격도 내려가고 있으며, 주거비도 둔화세를 보일 것이란 것이죠. 또 5월 고용에서 시간당 평균 임금이 0.4%나 상승한 것으로 나왔지만, 고용보고서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변동성이 큽니다. 그래서 7월 31일 나오는 2분기 고용비용지수(ECI)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임금은 둔화 추세를 보인다고 생각하고요.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5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5월 ISM 서비스업 PMI, 1분기 인건비(단위노동비용) 및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 채용 공고에서 부드러운 데이터를 확인했다. 총체적으로 볼 때 거시 상황은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노동시장은 임금 상승 압력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내 생각에는 Fed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인플레이션 둔화로 전반적으로 수익률은 더 낮아질 것이다. 최근 금리 급등은 CPI 발표 전까지 단명할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지난 6번의 FOMC 직후 다섯 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희망은 증시에 반영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3%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8%, S&P500 지수는 0.26%, 나스닥은 0.35%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에너지 주는 0.71%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2.93%나 뛰어 배럴당 77.74달러에 거래를 마감한 덕분입니다. 오늘 상승 폭은 지난 2월 8일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골드만삭스가 강력한 여름 수요로 인해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한 데 따른 것입니다.
지난 금요일 S&P500 지수 신규 편입이 발표된 KKR은 11%, 크라우드 스트라이크 7.3%, 고대디 1.9% 급등했습니다. 이들은 6월 24일부터 지수에 편입됩니다.
수요일이 지나고 나면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UBS는 "이번 주 인플레이션 데이터와 Fed의 의사소통은 전반적으로 기대에 부응해 연착륙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거시적 순풍은 이어질 것이다. CPI든 FOMC든 실망감을 준다면 상승 모멘텀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이 둔화하는 한(얼어붙지 않는 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 재가속보다 가능성이 더 크다. 또 Fed의 편향이 금리 인상이 아닌 인하 쪽으로 기우는 한 모멘텀은 탈선할 가능성은 없다. 이러한 요인 중 하나가 더 나쁘게 변하거나 AI 이야기에 불리한 소식이 나올 때까지 시장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월 CPI는 FOMC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다. 근원 CPI는 4월과 비슷할 것이고,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끈적하게 유지될 것이다. Fed는 여전히 인내심을 강조할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한 강한 성장은 증시에 더 좋다. 그래서 우리는 하반기 주당순이익(EPS) 가속화를 예상한다. 가장 나쁜 사례는 약한 고용 성장+뜨거운 인플레이션인데 적어도 그런 상황은 피하고 있다. 만약 거시경제가 개선된다면 증시는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5월 강한 고용이 잘못된 것이었고 거시경제가 약화한다면 인플레이션은 둔화할 것이고 주식을 뒷받침할 것이다. 만약 뜨거운 고용에도 CPI가 냉각된다면 그건 '위험자산 랠리' 신호"라고 밝혔습니다.
스티펠의 배리 베니스터 전략가는 여전히 3분기까지 S&P500 지수가 10%가량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3분기 초부터 시작되는 2024년 하반기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낮았던 기저효과로 인해) 경직적이고 약간 더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순환적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2024년에는 Fed의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다. 현재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은 (20배를 넘을 정도로 높은데) 3분기까지는 약 2배수(지수로는 약 500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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