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화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85%, S&P500 1.45%, 나스닥 1.74%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116%(-9.6bp), 2년물 4.884%(-12.6p)
29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 시장은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별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죠. 아직 월가의 휴가철은 끝나지 않았고(이번 주말 노동절이 휴가철의 끝을 알리는 날입니다), 주요 데이터는 이번 주 목요일부터 몰려나옵니다. 오는 31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1일 8월 고용보고서와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공개되지요. 사실 어제도 시장은 한산했지요. 어제는 뉴욕 증시의 거래량이 올해 들어 가장 적은 날(81억주)이었습니다.
중국 증시가 계속되는 부양책 소식에 이틀째 큰 폭으로 반등한 게 긍정적 영향을 줬지만, 사실 미국 증시와 중국은 상관관계가 약합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2021년부터 중국 주식은 미국 시장과 디커플(차별)되었다. 두 시장은 완전히 각각의 펀더멘털에 의해 움직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상당한 순수요의 원천은 아니었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약세는 미국 등 다른 주요 경제국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세계 경제 전망을 실제로 저하시키려면 중국의 전면적 경착륙이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오전 10시 노동부의 7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발표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주식과 채권 시장이 동시에 급격히 달아올랐습니다.
▶JOLTS, 차가워졌지만 얼어붙지 않았다
7월 채용공고 수치는 882만7000건으로 발표됐습니다.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900만 개 밑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월가 예상치 950만 건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6월에 비해 한 달 만에 33만 8000건 감소한 것이지만, 6월 수치가 기존 958만2000건→916만5000건으로 대폭 하향 수정된 걸 고려하면 체감적으로는 한꺼번에 76만 건가량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채용공고 수치는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뜨거운 노동시장'을 대변하는 수치로 언급해온 데이터입니다. 2022년 3월 채용공고 수는 1200만 개에 달했고, 파월 의장은 실업자 1인당 2개에 달하는 수치가 노동시장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지요. 그런데 그 수치가 6월 실업자 1인당 1.7개에서 7월에 1.5개로 뚝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이전의 1.2개보다는 아직 높긴 합니다만 큰 진전입니다.
채용공고 수치가 뚝뚝 떨어진다는 건 위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JOLTS 보고서의 다른 데이터는 그런 걱정을 덜어줬습니다. 채용은 꾸준히 이뤄졌고, 해고를 포함한 퇴직은 오히려 감소한 탓입니다.
7월 채용(hires)은 577만 건으로 전월 594만 건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전체 고용에서 채용 수치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3.7%로 전월 3.8%보다 약간 떨어지는 데 그쳤습니다.
퇴직(separations)은 548만 건으로 전월 569만 건보다 줄었습니다. 퇴직률은 3.5%로 전월 3.6%보다 소폭 하락했죠. 퇴직에는 이직을 위한 자발적 퇴직(quits)과 해고(layoff and discharges) 등 비자발적 퇴직이 모두 포함됩니다. 근로자의 고용에 대한 자신감을 대변하는 수치인 자발적 퇴직은 354만 건으로 전월보다 25만3000건 감소했습니다. 자발적 퇴직 비율은 2.3%로 전월 2.4%보다 약간 줄었고요. 이는 2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해졌습니다. 1년 반 전 한때 3.0%에 달했었지요. 해고는 155만 건으로 전월보다 4000건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해고율은 1.0%로 전월과 같았으며 1년 전과 비교해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채용공고는 급히 감소하는데 해고는 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채용은 줄이고 있지만, 해고하지 않고 '인력 비축'(labor hoarding)을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임금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면서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완벽한 상황은 Fed가 꿈꿔온 것인데, 그게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죠.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JOLTS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밝힌 '노동시장의 재균형이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는 발언에 매우 잘 부합한다. 이에 따라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을 중단할 이유는 더 커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는 "7월 JOLTS 보고서는 노동 수요가 지속해서 냉각되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를 보여주었다. 이는 Fed의 '연착륙' 꿈에 좋은 징조다.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수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지만, 노동 수요 증가세는 둔화하고 노동 공급이 증가하면서 분명히 하향 궤도에 있다. 퇴직률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근로자를 둘러싼 (고용주들의) 경쟁이 적어도 가라앉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해고 데이터가 실업급여 청구와 같은 다른 지표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러한 노동시장의 균형 개선이 광범위한 일자리 감소 없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Fed가 JOLTS 보고서는 물론 다른 고용지표, 특히 노동 보상 증가와 관련된 지표에서 오늘의 데이터가 확인되기를 원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라자드의 로널드 템플 전략가는 "오늘의 JOLTS 보고서는 Fed의 연착륙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며 "경제 냉각"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는 JOLTS 보고서를 보고 기뻐할 것이다. 7월 채용공고 수는 880만 개로 감소해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월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수치는 1.51개가 됐는데 이는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WSJ은 JOLTS 보고서를 "차가워졌지만 얼어붙지 않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JOLTS 보고서 발표된 직후 채권 금리는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 15분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2.6bp 떨어진 4.884%로 거래됐습니다. 10년물 수익률도 9.6bp나 내린 4.116%를 기록했습니다.
노동시장이 균형을 찾는다면 Fed가 기준금리를 더 높이거나 오래 유지할 이유가 줄어든 덕분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의 11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베팅은 46%로 하루 전 62.3%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상승했던 게 모두 사라졌습니다. 통화정책을 잘 반영하는 달러화 가치는 오늘 0.51% 떨어졌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국채 7년물 입찰(360억 달러)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도 금리 하락에 도움을 줬습니다. 응찰률은 2.660배(지난달 2.480배)로 올해 1월 이후 가장 높았고, 발행 금리는 4.212%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232%에 비해 2bp나 낮게 형성됐습니다. 간접 수요가 75.3%(지난달 69.8%)로 외국인 수요가 많았습니다. 오늘 금리가 떨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더 많은 수요가 몰렸던 것 같습니다.
증시를 불안하게 했던 금리 급등세가 꺾어지자 증시는 환호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거침없이 올랐습니다. 상승세는 마감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85%, S&P500 지수는 1.45% 상승했고 나스닥은 1.74%나 급등했습니다. S&P500, 나스닥, 다우 지수는 모두 5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마감했습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가 반등을 이끌었습니다. 테슬라가 7.69%나 폭등했고 엔비디아는 4.16% 올랐습니다. 애플 2.18%, 알파벳 2.81%, 메타 2.66% 등 상승 폭이 컸습니다. 애플은 오늘 9월 12일 이벤트에 대한 초대장을 발송했습니다. 그날 아이폰 15와 새로운 애플 워치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JOLTS 보고서뿐 아니라 오늘 나온 경제 데이터 대부분이 이렇게 경기가 식어가고는 있지만 차갑지는 않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소비자신뢰 예상보다 더 하락
콘퍼런스 보드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보다 7.9포인트 낮은 106.1을 기록해 예상(116)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전망은 8.2포인트 하락한 144.8을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미래 '기대'도 80.2로 7.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 자신감이 떨어진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고용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의 40.3%는 ' 일자리가 여전히 풍부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전월 43.7%보다 감소했으며,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라는 응답자는 2.8% 증가한 14.1%로 2021년 4월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이 조사에서도 노동시장이 천천히 식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죠. 물가도 부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향후 12개월 동안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휘발유 가격 상승과 여전히 높은 식품 비용으로 인해 5.8%로 상승했습니다.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입니다. 이 조사에서도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을 때 우려하는 응답자는 올해 들어 가장 적었습니다.
▶주택 가격 소폭 상승…연착륙?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발표한 6월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 올랐습니다. 다섯 달 연속 상승입니다. 20대 도시의 주택가격의 경우 6월 0.9% 상승해 4개월 연속 올랐습니다. 7%가 넘는 모기지 금리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예상보다 좋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주택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재고 부족이다. 모기지 금리 상승과 함께 앞으로 몇 달 동안 주택가격 추가 상승에 역풍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HSBC는 “이제 미국 주식과 기타 위험 자산을 늘릴 때가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HSBC는 "한 달 전과의 지금의 주요 차이점은 단기 심리 및 포지셔닝 지수가 이제 과매수 영역에서 훨씬 벗어나 훨씬 더 중립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위험 자산, 특히 미국 주식에 대한 매우 좋은 전술적 진입점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시장은 '나쁜 뉴스'에 크게 올랐습니다. '나쁜 뉴스'가 Fed의 추가 긴축 확률을 낮추고, 급등하던 금리를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나쁜 뉴스'가 이어진다면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고용지표의 경우 한번 꺾어지면 둔화가 지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경기침체가 시작될 때를 보면 Fed가 금리를 떨어뜨려도 1년 가까이 고용 감소가 이어졌습니다. 가이 아다미 프라이빗 어드바이스 그룹 디렉터는 "어느 시점이 되면 나쁜 뉴스가 시장에 나쁜 뉴스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3개월 동안의 채용공고 감소 수치는 150만 개에 달해 팬데믹 초기인 기록을 넘어섰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JOLTS 보고서가 오늘 국채 랠리를 이끈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오늘 데이터는 지난주 수요일 구매관리자지수(PMI)에 이어 나온 두 번째 종류의 충격이다. 낮은 수익률은 주식에 긍정적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무엇인지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성장 모멘텀이 약간 약화되기 시작할 것이며 성장에 대해 더 걱정하게 된다면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에서 다른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주식은 조금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S&P500 지수가 4550 전후에 가면 랠리는 사라질 것이다. 국채는 그동안 과매도 되었고, 랠리가 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데이터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커질수록 주식 상승보다는 국채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오늘 금리 하락에는 데이터가 영향을 줬지만, 월말 수요가 몰린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잭슨홀 연설을 지켜보면 장기 투자자들이 연설이 끝난 뒤 월말까지 자금을 나눠 집행하면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월말이 다가오고 이번 주말은 노동절 연휴인 만큼 자금이 몰려 들어오는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월말까지는 금리가 좀 더 떨어질 수 있을 거 같고, 월초엔 다시 조금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제 데이터가 살아나면 다시 금리가 꿈틀댈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전략가는 "예상보다 부진한 데이터와 국채 금리 완화가 기술주의 급격한 상승 등 위험 자산 선호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금요일 예상보다 강한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온다면 Fed의 또 다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주식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Fed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하기를 원하므로 목요일에 나올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도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앨런 러스킨 전략가는 "채용공고 감소로 나타난 노동시장의 부드러운 분위기는 여전히 8월 고용보고서의 검증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JOLTS 보고서는 최신 데이터가 아니라 7월 데이터이다. 다만 노동시장의 내부 역학은 비록 강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악화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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