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도 조용한 가운데 평온하게 출발했습니다.
아시아, 유럽에서는 물가 관련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습니다. 한국의 12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과 같은 0%로 나와 예상 0.2%보다 낮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3.2% 올라 역시 예상 3.3%보다 낮았습니다. 스페인의 12월 CPI는 전월 대비 0%, 전년 대비 3.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치 0.3%, 3.4%보다 낮았습니다. 이들 소식은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믿음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에 아시아, 유럽 증시는 대부분 상승세(일본 제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약속이나 한 듯이 0% 수준에서 출발했습니다.
15분 뒤인 오전 9시 45분에는 오늘 유일한 경제 지표인 시카고 연방은행의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되었습니다. PMI는 46.9로 전월 55.8, 예상치 50.0을 크게 밑돌면서 다시 위축 국면으로 떨어졌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6곳의 지역연방은행이 발표한 12월 제조업 지수 가운데 4개가 12월에 하락했고 모두 위축 영역에 머물렀다. 이는 다음주에 나올 미국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PMI에 대한 하방 위험을 제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인 데다, 시카고 PMI는 보잉 공장의 수주 및 생산에 따라 변동성이 큰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전 10시 반께 지수는 뚝 떨어졌습니다. 4780선에 머물던 S&P500 지수는 한 시간여 동안 4751까지 하락했습니다. 별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열리자마자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면서 러셀2000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다른 주식에서도 매물이 나타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소형주는 지난 10월 말 시작된 최근 랠리에서 급등했습니다. 거의 모든 투자자가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를 추천했지요. 미 중앙은행(Fed)이 내년 초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연착륙한다면 가장 큰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러셀2000 지수를 추종하는 iShares Russell 2000 ETF(IWM)은 지난 10월 27일만 해도 올 초부터 7% 하락했었지만 이후 폭등해 어제까지 19% 오른 상태로 전환했었습니다. 이렇게 단기 급등하다 보니 약간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죠.
하이타워 자문의 스테파니 링크 전략가는 "IWM이 꽤 인기가 있다. 그러나 배에 탄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피넘그룹의 세스 고든 전략가는 "금리가 정점을 찍고 떨어지면 소형주가 혜택을 받지만 그런 뛰어난 성과는 역사적으로 단 6개월 정도만 지속하였다. 그런 다음에는 다른 모든 자산클래스보다 성과가 낮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평소보다 빠른 오후 2시 30분 마감된 채권 시장에서 10년물 수익률은 1.6bp 오른 3.866%, 2년물은 3.1bp 내린 4.2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밤새 은행 간의 하루짜리 금리인 SOFR(The 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금리가 사상 최고인 5.40%까지 치솟으면서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아침에는 채권 시장에 영향을 줬지만, 시간이 흐르자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통상 연말에는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장부를 일찍 닫기 때문에 일시적인 자금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은행들도 연말 대차대조표 관리를 위해 현금을 보유하길 원합니다. 그래서 다음주 새해가 시작되면 단기 자금시장은 정상화될 것이라고 도이치뱅크는 밝혔습니다.
증시도 오후 들어 조금 회복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05% 내렸고 S&P500 지수는 0.28%, 나스닥은 0.56% 하락했습니다. 러셀2000지수는 1.52%나 급락했고요.
S&P500 지수는 오늘도 사상 최고치(4796)를 넘지 못한 채 0.4% 목전에 뒀습니다. 그런데도 S&P500 지수는 2004년 이후 가장 긴 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 24% 급등했습니다. 시장 분위기는 좋지만, S&P500 지수가 며칠째 사상 최고치를 코앞에 두고 넘지 못하는 등 피로감이 있습니다. 모두가 단기 조정을 예상하지만, 조정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1월에는 변화가 있을까요?
찰스 슈왑의 케빈 고든 전략가는 "시장은 지난 두 달 동안의 강력한 랠리로 인해 약간의 피로감과 차익실현 심리에 둘러싸여 있다. 연말은 조용한 시기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얻게 될 경제 데이터를 생각하면 다음주에는 모멘텀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1월 초 그런 모멘텀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촉매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① FOMC 회의록 충분히 비둘기파적일까?
1월 3일에는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됩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FOMC는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any'라는 단어를 추가해 더는 금리 인상은 없다는 것을 암시했습니다. 점도표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내년 세 번의 금리 인하를 제시했으며,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논의했다"라고 밝혔었지요. 시장은 이후 Fed가 내년 3월부터 금리를 내려 160bp, 즉 여섯 번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회의록이 예상만큼 비둘기파적이지 않다면 이런 공격적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일부 재조정될 수도 있습니다.
② 12월 고용 감소하겠지만
5일에는 12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됩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신규고용은 15만8000개 정도로 예상됩니다. 11월 19만9000개보다는 적습니다. 11월에는 자동차노조 파업이 끝나면서 일자리가 평소보다 더 늘었죠. 실업률은 11월 3.7%에서 3.8%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요. 임금 인상률은 11월의 0.4%보다 낮은 0.3%로 예상됩니다.
매주 발표되는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20만~22만 건에 머무는 것을 고려하면 예상외의 수치가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다면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를 앞두고 1월 3일 11월 구인 이직보고서(JOLTS)에서 채용공고 데이터가 나오는데요. 월가는 10월 877만3000개에서 11월 880만 개로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③ 유럽 12월 CPI 재가속
5일에는 유로존 12월 CPI가 먼저 발표됩니다. Fed와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직 피벗 신호를 보내는 데 조심스러운데요. 12월 CPI 수치는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를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12월 헤드라인 CPI(전년 대비)는 11월 2.4%에서 3.0%로 가속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이미 시장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재가속된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베팅을 그대로 놔둘 수 있습니다. 또 식품과 에너지, 담배 및 주류 가격을 제외한 12월 근원 CPI는 11월 3.6%에서 3.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④ 트럼프 출마 불가?
어제 메인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결정했습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의 공직 피선거권을 박탈한 데 이어 나온 두 번째 결정인데요. 연방대법원이 이에 대해 다음주 뭔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1월 5일부터 콜로라도주가 트럼프 이름을 빼고 프라이머리(예비선거) 투표용지를 인쇄하기 시작할 수 있거든요. 이미 콜로라도주 공화당은 연방대법원에 항소한 상태입니다.
월가는 대법원이 두 주의 결정을 모두 파기하고 트럼프를 투표에 계속 포함시킬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방 대법관은 보수 6대 진보 3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며, 그중 세 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만약 트럼프를 제외한다는 결정이 나온다면 시장에 여파가 미칠 수 있습니다.
⑤ 미국 CPI도 재가속?
1월 둘째 주에도 중요한 이벤트가 이어집니다. 11일 미국의 12월 CPI가 발표됩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을 보면 12월 헤드라인 물가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32% 오르고요. 근원 물가는 한 달 전보다 0.33%, 1년 전보다는 3.93% 상승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예상이 맞다면 헤드라인 물가는 역시 지난 11월(0.1%, 3.1%)보다 가속화될 것입니다. 다만 근원 물가는 11월(0.3%, 4.0%)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둔화하고요.
⑥ 4분기 어닝시즌 개막
12일에는 4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됩니다. JP모건 등 대형은행들이 포문을 엽니다. 4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예상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4분기 S&P500 기업에 대한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지난 4분기 석 달 동안 5%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또 1분기 EPS 추정치도 2% 가까이 낮아졌고요. 아무래도 인플레이션이 꺾이면서 기업의 가격결정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마진 축소로 나타날 수 있지요.
CNBC는 '페덱스부터 항공사까지 기업들이 가격결정력을 잃기 시작했다'(From FedEx to airlines, companies are starting to lose their pricing pow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부 기업들은 가격을 인상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페덱스, 타겟, 제너럴 밀스 등은 매출 전망을 낮췄고, 항공사들은 비수가 요금을 인하하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⑦ 대만 선거, 미·중갈등 심화?
13일에는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치러집니다.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반중 친미 성향을 갖고 있으며, 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위이 후보는 친중 행보를 보입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당은 이번 투표를 '평화냐 전쟁' 사이의 선택이라고 선언했고, 민진당은 '민주주의냐 독재냐' 사이의 선택이라고 강조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상처럼 민진당이 재집권할 경우 중국의 압박은 심화할 것입니다. 이는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겠지요. 배런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전 최고위험책임자 크레이그 브로데릭은 대만과 중국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선거 결과는 미국 다국적 기업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박한 전쟁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높아지는 위험으로 인해 공급망에 대해 재평가를 하고 옮기는 선택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2023년 거래가 마무리됐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의 2024년 연말 전망 중앙값은 5068입니다. 이는 내년에 약 6% 추가 상승할 것이란 뜻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P 500이 금리 하락과 기업 이익 증가라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힘입어 내년에 5000으로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2023년을 예상했던 월가의 예상은 거의 다 틀렸습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서 채권은 강세를 보이고 주가는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봤습니다. 또 달러는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지요. 하지만 경기 침체는 오지 않았고 채권 금리는 급등했다가 하락해서 거의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또 S&P500 지수는 24%라는 놀라운 상승률로 2023년을 마감했습니다. 월가 예상 4000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고요. 달러는 최근 급락해 올해 초 대비 -2% 하락했습니다. 월가는 유가가 올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봤지만 오늘 브렌트유는 77달러 선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중국 주식 매수를 외쳤지만, 그것도 잘못된 예상이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작년 말 2023년 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4750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근접하게 맞췄지요. 그는 내년 말 S&P500 지수가 520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리 설립자는 오늘 CNBC에 출연해 내년 1월에 S&P500 지수가 5000을 넘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4월에는 Fed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면서 5~10%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Fed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연말에는 52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에 소형주가 50% 랠리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내년 3~4월께 조정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미 증시는 대통령 임기 4년 주기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행정부의 재정 정책에 영향을 받는 것이죠. 통상 대통령 4년 차, 즉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는 상반기 조정이 발생하고 하반기에 대부분 상승세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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