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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러시아 내 유럽 은행들 ‘엄청난 위험’ 직면”…제재 경고

해선매니저 박하림 2024. 5. 27. 09:43
G7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해 로이터 인터뷰
"러 전쟁 노력 거래 지원한 은행 2차 제재 강화 검토중"
제재 내용·대상은 공개 안해…"이유 있는 경우만 제재"
오스트리아 RBI·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 등 거론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엄청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전쟁 노력과 관련된 거래를 지원하는 은행들에는 2차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터뷰는 옐런 장관이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진행됐다.

옐런 장관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에서 사업 중인 유럽 은행들이 미국의 2차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지난 21일에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한 우회 노력을 중단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 또는 기타 러시아 군수사업 관련 기업·단체 등이 1차 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판명된 은행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들 은행을 미 금융시스템에서 분리할 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에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BNC는 “옐런 장관을 비롯한 미 재무부 관리들은 러시아 경제가 전시 경제로 전환함에 따라 민간 거래와 군수·양용 거래를 구분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옐런 장관은 2차 제재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나 대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제재는 그럴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부과될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영업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초래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오스트리아의 라이파이젠뱅크 인터내셔널(RBI)과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디트가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것을 보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는 “그들의 감독당국이 러시아에서 하는 일에 극도로 조심하라고 조언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두 은행은 러시아 내 자산을 매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요원한 상태다. 지난 18일엔 러시아 법원이 우니크레디트의 주식, 부동산 계좌 등 4억 6300만유로 상당의 현지 자산에 대해 압류 결정을 내렸다. 우니크레디트 전체 자산의 약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RBI는 러시아 재벌 올렉 데리파스카와 15억유로 규모 거래와 관련해 이달 초 미 재무부로부터 자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고 서면 경고를 받았다.

이날 옐런 장관의 발언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의 압박으로 역내 은행들의 러시아 사업 철수를 촉구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ECB는 러시아에서 여전히 사업을 하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출구계획을 내달까지 제출토록 요구했다.

아울러 G7 정상회의서 러시아에 대한 2차 제재를 공표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CNBC는 “유럽 은행들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려는 워싱턴의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짚었다.

ECB의 정책위원인 파비오 파네타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탈리아 은행들을 콕 집어 “러시아에 머무르면 평판에 문제가 생긴다”며 “(반드시)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방성훈(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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