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목요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새벽부터 금리가 소폭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금리를 안정화하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⑵ 미 중앙은행(Fed)이 어제 발표한 베이지북 발표도 약간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됐습니다. 베이지북은 대부분 지역에서 소폭(slight) 내지 다소 완만(modest)한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지만, 전반적인 전망은 다소 비관적으로 변했다고 썼습니다. 또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죠.
⑶ 아침에 발표된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데이터는 기존 발표보다 성장이 둔화했고 물가도 약간 완화됐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GDP가 발표된 뒤 국채 수익률은 2~3bp 추가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GDP뿐 아니라 다른 경제 데이터도 그리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가 개장할 무렵, 10년물 수익률은 어제보다 6bp 내린 4.564%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투자자에겐 안도감을 주는 일이었죠. 하지만 뉴욕 증시는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0.2% 수준의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다우는 0.9% 큰 폭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다우 30종목 중 하나인 세일스포스가 개장과 함께 17% 넘는 폭락세를 보인 탓입니다.
우선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늘었는데 이는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었습니다. 매출 91억3000만 달러는 월가 추정 91억7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월가 추정을 밑돈 것이었습니다. 특히 고객 청구액은 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작년 하반기 요금을 9% 올린 것을 고려하면 청구액 성장은 매출보다 더 나쁩니다. 회사 측은 "많은 거래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AI 관련 잠재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월가는 기업들이 AI 관련 지출을 늘리면서 다른 소프트웨어 지출은 줄이고 있다고 봅니다. 이미 같은 업계의 서비스나우, 워크데이의 실적에서 그런 추세가 드러났습니다. 인사, 재무, 영업 등의 직원이 AI로 감축되는 과정에서 그런 지원 부서 직원들이 쓰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죠. 세일스포스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AI를 도입했지만 지난 4월에야 출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실적으로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가이던스에도 그런 게 나타나지 않았죠. 세일스포스는 2분기에 매출 92억~92억50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2.34~2.36달러를 예상했는데 이는 월가 추정(93억7000만 달러, 2.40달러)을 밑돕니다.
비관론자들은 "모든 핵심 제품은 성숙했고 머지않아 성장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다. 세일스포스는 AI 확대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지원 부서 직원에게 생산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팔기 때문에 AI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생성 AI를 도입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골드만삭스는 목표주가를 345달러에서 315달러로 낮추면서도 '매수' 투자 등급을 유지했습니다. 골드만은 "세일스포스는 차별화된 AI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우리는 세일스포스가 과소평가된 AI 승자라고 주장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세일즈포스는 19.74%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거의 20년 만에 최악의 하루 하락 폭입니다. 한때 22%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서비스나우(-12.01%), 스노우플레이크(-4.89%), SAP(-5.32%), 인튜이트(-5.90%), 워크데이(-1.96%) 등 같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도 동반 폭락했습니다.
AI 붐 속에 주목할 만한 흐름은 이처럼 하드웨어 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제 실적을 발표한 HP는 AI PC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해 주가가 16.95% 폭등했습니다. 이는 1999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입니다. 엔리케 로레스 CEO는 "하반기 PC 출하량의 10%가 AI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과 2026년에는 AI가 매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엔비디아, 슈퍼마이크로, 델 등 하드웨어 기반 회사들은 잘 나가고 있는데, 세일스포스 등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소외되고 있는 것이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4시께 7.6bp나 떨어져 4.548%를 기록했습니다. 2년물은 5.8bp 내린 4.927%에 거래됐습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1분기 GDP 증가율이 하향 조정됐고 내일 PCE 물가도 긍정적일 수 있다. 여기에 월말 채권 수요가 가세하면서 금리 하락 폭이 커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하락에도 다우는 0.86%, S&P500 지수는 0.60% 내렸고요. 나스닥은 1.08%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세일스포스 탓인지 기술주들은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게다가 몇몇 뉴스가 빅테크 주식 일부를 얼어붙게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3.77% 내렸습니다. 지난주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한 뒤 첫 하락입니다. 블룸버그는 오후 3시께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AMD의 AI 칩 중동 수출을 막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등이 AI 칩 대량 수입을 모색하고 있는데, 상무부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면서 판매 면허 발급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죠. 중국 기업들이 이들 중동에 세워진 데이터센터를 통해 AI 칩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여러 국가에 대한 수출길이 막히면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 속도가 지금 기대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시장에서는 오늘처럼 순환매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싸진 기술주와 경기방어주(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유틸리티)에서 벗어나 경기순환주(산업, 소재, 에너지, 임의소비재) 등으로 옮겨가고 모습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에버코어 ISI는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분기에는 기관들이 경기방어 업종에 대한 노출을 꾸준히 늘렸는데, 2분기에는 매수 중심(long only) 기관 투자자들이 경기민감 업종 노출을 증가시키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은 모건스탠리와 달리 2022년 12월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지난달부터 중립으로 돌아섰습니다.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왜 브레이크를 밟고 있을까? 왜냐하면, 우리가 유지해온 연착륙 시나리오가 완전히 반영된 것 같기 때문이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경제 가속화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다. 우리는 중립이지 부정적이지는 않다. 이렇게 높은 밸류에이션에서는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I,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하리란 주장도 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미국 증시가 6월에도 4%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섯 가지 촉매에 힘입어 550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첫 번째 촉매는 강력한 계절성입니다. 1927년 이후 1분기에 주가가 상승했다가 4월에 하락한 경우가 17번 있었는데, 이는 5월과 6월에 강한 상승을 가져올 좋은 징조라는 것이죠. 이러면 6월 주식이 오를 확률은 100%, 수익률(중간값)은 3.9%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촉매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리 설립자는 중고차 가격의 지속적 하락, 신차 재고의 급증, 주택소유주의 등가임대료(OER) 감소 추세 등으로 인해 향후 몇 주 동안 유리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일 4월 근원 PCE 물가, 6월 12일에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CPI) 등이 둔화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월가는 근원 PCE가 전월 대비 0.3% 올랐을 것으로 보는데요. 핵심인 주거비가 얼마나 둔화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네 번째 촉매제는 기록적인 6조 달러의 현금이 주변에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리 설립자는 "엔비디아의 폭발적 실적은 투자자들이 마침내 머니마켓 펀드에 넣어둔 현금을 활용해 주식을 사도록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섯 번째 촉매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기업 이익입니다. 리 설립자는 "어닝시즌은 경제의 펀더멘탈이 온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AI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1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6% 늘었습니다. 그리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9.3% 증가, 올해 전체로는 11.4% 증가를 예상합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오늘 '트럼프 재선은 채권 투자자에게 위험인가'(Is Trump 2.0 a risk for bond investor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트럼프 2.0이 채권 투자자에게 나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 얘기를 들으면 트럼프는 ▲미 달러 약세 ▲제롬 파월의 Fed 의장 교체 ▲Fed의 독립성 제한 ▲감세 연장/재정 적자 확대 ▲규제 완화 ▲관세 추가 부과 등 7가지를 원하는데, 이들의 조합은 인플레이션 상승 및 더 큰 기간 프리미엄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몇 가지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의회 구성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민주당이 한쪽 또는 양쪽 상·하원을 장악하면 재정 정책과 Fed의 독립성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막을 가능성이 크다. Fed 의장은 상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불길한 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행정부는 규제, 관세, 이민과 관련해 대부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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