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에 몇 가지 긍정적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3일(미 동부시간) 아침부터 유가가 급락하고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자 뉴욕 증시는 강세로 출발했습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경제 데이터가 예상보다 나쁘게 발표되자 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시장엔 일부 불안감이 나타났습니다. 경기가 둔화한다는 '나쁜 뉴스'가 더는 시장에 '좋은 소식'으로 작용하지 않는 그런 시점이 된 것일까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하비에르 블래스 에너지 컬럼니스트는 "OPEC+ 생산량은 12월까지 지금보다 하루 50만 배럴 이상 증가하고, 2025년 중반에는 약 180만 배럴 더 증가할 것이다. OPEC+는 그동안 배럴당 100달러 유가를 끈질기게 추구해왔는데 거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재고가 예상보다 많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감산이 (유가에 불리한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5~90달러로 유가 거래범위가 낮아질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발적 감산이 폐지되는 것은 남아도는 많은 생산 여력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가는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7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3.60% 하락한 배럴당 74.2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2월 7일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브렌트유도 3.4% 하락한 배럴당 78.3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역시 지난 2월 5일 이후 최저가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8%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엔비디아가 3.7% 폭등하면서 거래를 시작한 덕분에 나스닥이 날개를 폈습니다. AMD도 장 초반에는 2% 넘게 올랐습니다.
PMI는 48.7을 기록해 4월(49.2)보다 더 떨어졌고, 살짝 나아질 것이란 월가 전망(49.6)을 밑돌았습니다. 여전히 위축 국면(50 이하)에 머무른 것이죠. 특히 세부 지수중 가장 중요한 신규 주문이 45.4로 4월보다 3.7포인트 급락했고 생산 50.2 (-1.1pt)도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고용은 2.5포인트가 증가한 51.1로 다시 확장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인플레이션은 5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전월에 비해선 3.9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5월 제조업 PMI 하락은 신규 주문이 1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더해준다. 지불 가격이 60.9에서 57.0으로 하락한 것도 Fed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ISM 제조업 PMI가 5월에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규수주 감소 폭이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데이터는 대부분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다른 신호와 일치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ISM과 S&P 글로벌의 상반된 5월 제조업 PMI 수치는 제조업 활동의 실제 상태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두 PMI의 평균은 5월 약간 상승하여 50.0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후반부터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제조업이 위축된 후 점차 안정화되었음을 시사하지만, 전반적으로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4월 건설지출도 전월보다 0.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두 달 연속 감소세입니다. 민간 지출은 전월보다 0.1% 감소했고 공공 지출은 0.8% 증가했습니다.
ING는 "ISM 제조업 지수는 주문 감소와 생산 둔화로 예상보다 큰 위축을 기록했다. 건설경기도 예상보다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통화 정책이 제약적이며 경제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음을 다시 한번 나타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월가에서는 다시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지표가 아직도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Fed가 금리를 낮추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침체를 부를 것이란 얘기죠.
엘 에리언 고문은 "Fed에 대한 시장 콘센서스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매파적이며, 많은 투자자는 올해 금리 인하가 한 번(또는 아예 없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기대는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Fed에 부합하지만, 이중 임무(물가 안정, 최대 고용)를 모두 충족시키려는 Fed와는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조건은 양호하지만, 상황이 의미 있는 가속과 일치한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Fed는 매우 불확실하다. 그들은 들어오는 데이터 흐름을 따르고 있다. 잠재적인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네 가지 잠재적 시나리오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⑴성장은 꾸준하고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는 연착륙→주식과 채권 모두 상승
⑵성장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연착륙→주식이 어느 정도 압력을 받고 채권은 반등
⑶성장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주식과 채권이 모두 매도될 것
⑷성장이 회복되고 인플레이션이 회복되어 다시 붐-플레이션으로 돌아감→주식은 괜찮지만, 채권은 압박을 받음
두타는 "시나리오 3)과 4)의 위험은 희박해 보인다. 주관적으로 15% 미만 확률로 본다. 반면 1)과 2)의 위험은 매우 크다. 나는 여전히 시나리오 1)의 위험이 2)보다 높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주식보다 채권을 택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경제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계속 느끼게 된다. 역풍이 불고, 상황이 둔화하고, 좋게 말하면 정상화되고 있다. 그것은 국채에는 유익할 것이다. 하지만 주식에 대해선 더 많은 혼합된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주식은 금리가 낮아지면 혜택을 볼 것이지만, 더 냉각되는 제조업은 더 차가운 기업 이익 성장 전망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떨어지자 주식 시장의 투자자들도 약간 얼어붙었습니다. 3대 지수는 한때 모두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전략가는 "나쁜 소식은 더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투자자들은 Fed의 완화 시작을 가속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예상보다 약한 데이터를 환영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약한 데이터에 두려움으로 반응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0.56%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11% 올랐고요. 다우만이 0.3%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밈(Meme) 주식 게임스탑은 오늘 주가가 21% 올랐습니다. 과거 게임스탑 상승세를 이끌었던 투자자 '포효하는 키티(Roaring Kitty)' 키스 길이 레딧에 자신의 게임스탑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면서 매수세가 몰렸습니다.
시장에 대한 전망은 조금씩 엇갈리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로서 강세장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증가하는 정부 국채는 채권 시장이 아무런 긴장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계속해서 재정 지출을 촉진하고 단기적으로 주식을 포함한 자산 가격을 부풀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JP모건은 계속 약세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인플레이션 둔화 및 경제 '노랜딩', 기업 이익 가속화에 대한 컨센서스 불일치로 인해 여름 동안 시장 상승이 제한되는 것을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금요일 노동부의 5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가 발표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만 개 일자리 증가를 예상합니다. 아직은 경기가 뜨겁다는 추정입니다. 실업률은 3.9%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요.
월가 컨센서스는 18만5000개 수준입니다. 역시 실업률은 3.9%로 보고 있고요.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는 "예상보다 부진한 ISM 보고서는 통화 정책이 경제활동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 만큼 제약적이라는 뜻"이라면서 "실업률이 4% 이상으로 상승하면 노동시장이 실제로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올해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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